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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독일 열쇠문화의 최대 피해자

by Süßkartoffeln 2021. 10. 4.


문이 닫기는 순간 ‘아 맞다 열쇠!’. 손으로 문을 급하게 밀쳤지만 이미 문이 꽉 닫혔다. 벌써 몇 번째인가? 아마 네 번 아니면 다섯 번 째이다. 돈을 안 낸 경우까지 합하면 아마 거의 열 번은 거뜬 할 것이다. 항상 이렇다. 나갈 때 마다 의식하고 열쇠를 챙기다 한 순간 방심하면 바로 이런 불상사가 생긴다. 하필이면 한국 갔다오고 나서 아직 스페어키를 이웃애한테 다시 주지 않았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평일이 아니라서 열쇠수리공을 부르면 돈을 더 줘야 한다. 어떻게서든 이런 어이없는 지출은 피하고 싶어서, 이웃애한테 나름의 장비를 빌렸다. 유튜브를 통해 카드로 문 여는 방법, 옷걸이를 이용한 방법 등을 보고 따라해봤다. 꿈쩍하지 않았다. 이만하면 열릴 것도 같은데 문에 기스만 더해져갔다. 다른 친구도 공구를 들고 도착해서 시도해봤지만 시간 낭비였다. ㅠㅠ

결국은 체력과 시간을 어느 정도 소비한 후에야 열쇠수리공을 부르기로 결정했다. 정말 속이 쓰렸다.

누가 내가 찍은 사진 맘대로 인스타로 퍼갔다 내저작권은 어디로😡 © Süßkartoffeln


건물 내에 붙어있는 수리공 명함에는 가격이 154 유로였다. 거의 20만원 가까이 그냥 공중에 뿌리는 것이다. 혹시 몰라서 구글에 schlüssel dienst라고 검색했다. 여러 곳을 비교해보고 제일 싼 곳에 전화를 걸었다. 그 가격이 맞는지 확인하고, 카드 계산도 가능한지 물은 다음 주소를 알려주었다.
약 15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문을 따 주는 가격은 요일에 따라서 시간대에 따라서 그리고 거리에 따라서 각각 달라진다. 그러니까 특히, 주말과 공휴일에는 더욱 신경써소 키를 챙겨야 한다.


수리공은 도착해서 1분도 안걸리고 문을 열어주었다. 심지어 코팅되어있는 종이를 이용해서 열었다. 종이를 밀어 넣은 뒤, 앞 뒤로 문을 세게 흔들었더니 덜컥 열렸다. 이걸 위해서 89유로를 내야한다니.. 누구 탓을 하겠는가. 정신머리 놓고 다니는 내 탓이지. 그래도 정말 날강도가 따로 없다. 몇 만원도 아니고 약 13만원이다.
아저씨는 이것보다 더 많이 돈을 내는 사람도 있다며, 이것조다 더 심한 일도 있는데 다행이라고 하며 위로해줬다.
가족도 이미 벌어진 일 어쩌겠냐고 그냥 잊어버리라고 하지만 분하다. 벌써 한 오백유로는 쓴 거 같다….
비트코인으로 번 돈 오늘 열쇠공에게 고대로 넘겨줬다.


독일인들은 왜 번호키를 사용하지 않는 것인가. 새로 짓는 건물들도 다 열쇠를 사용한다. 그리고 약 2년에 한 번씩 열쇠를 교체해준다. 나도 이 키가 세 번째 열쇠이다. 저렇게 쉽게 문여는 것을 보면 번호키보다 과연 보안에 있어 더 안전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드는데…

내가 생각하는 독일 생활의 가장 큰 불편한 점은 바로 열쇠이다!!! 비밀번호 누르고 집에 들어가고 싶다. 외출할 때 맘 편히 나가고 싶다. 매번 열쇠 챙겼나 안챙겼나 노심초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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