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자취할 때만 해도 이 정도로 강한 생활력을 갖고 있진 않았는데. 점점 생명력만 강한 잡초가 되어가는 것 같다. 아무튼 독일 집에 곰팡이가 생겼다면 없애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물론 얼마나 오래 되었고, 범위가 어느정도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빨리 발견한 경우라면 손쉽게 해결 할 수 있는 것 같다. 곰팡이 제거제, Schimmelentferner 가 답이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제일 먼저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준다.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고 공간이며 내 유일한 안식처이기 때문에 나름 집관리를 열심히 하며 살았다. 침대도 벽에 바짝 붙어있지 않고, 대충 20센티미터 정도는 벽에서 떨어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했나 보다. 겨울에는 침실 쪽이 항상 거실 쪽 보다는 습한 느낌이었는데, 내 감이 맞았. 몇 년 전부터 슬금슬금 침실 창문 아래 쪽에 거무스름한 색이 올라왔는데 나는 그게 그냥 페인트 칠에 문제가 있다고 넘겨 짚었었다. 집에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 거뭇거뭇한 기운이 조금씩 퍼지는 듯 했으나, 나는 이사 나갈 때 페인트 칠을 다시 해줄 걱정만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우연히 침실 천장을 제대로 보게 되었는데 창문 위쪽 천장이 거뭇거뭇했다. 그 때 느낌이 빡 왔다. 아 저건 곰팡이구나. 페인트가 문제가 아니구나. 내가 사는 집에, 내가 매일 자는 곳에 곰팡이라니...
곰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바빠서 처리하는 것을 미뤄뒀다. 그러다가 점점 몸 컨디션이 안좋아지게 되었다. 이게 코로나 때문인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저 곰팡이 때문인지 원인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매번 자가 테스트를 하며 음성이 뜨는데 정말 코로나가 아닌 것이 확실할까, 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엄청나게 받고 있어 면역력이 떨어진 걸까, 장기간 곰팡이와 같이 잠을 자서 내 호흡기와 면역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걸까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우선은 집 관리를 해주는 회사에 전화를 했다. 집에 곰팡이가 생긴 거 같다고. 전화를 받은 담당자 분이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해서,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메일로 보냈다. 느낌상 빨리 일을 처리해 줄 것 같지도 않고, 또 해준다 하더라도 곰팡이를 제거하는 업체를 부르게 된다면 내가 백퍼센트 부담하게 될 것 같았다. 전에 커텐에 문제가 생겨서 못 하나 다시 박아주고 나에게 80유로를 청구했던 적이 있다. 겨우 못 하나에 80유로인데 곰팡이는 몇 백 유로는 기본으로 낼 것 같아서 직접 해결을 하기로 결심했다.

심지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 담당자 분은 다시 나에게 연락을 해주지 않았다. 이 주가 넘었는데 그냥 곰팡이와 살라는 것인가.. 진짜 독일인들 일처리 속도는 알아줘야 한다.
많은 곰팡이 제거제 중에서 무엇을 사야 할 지가 고민이었다. 괜히 샀다가 효과도 없으면 돈도 날리지만 기분도 상한다. 나처럼 화가 많은 사람은 짜증이 확 난다. 그러다가 유투브에서 곰팡이가 없어지는 걸 보고, 그 독일인이 사용한 곰팡이 제거제를 아마존에서 따라 샀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바로 옷 갈아입고, 마스크 끼고 벽에다가 열심히 뿌려댔다. 근데 약이 진짜 생각보다 정말 강력하다. 사용하실 분들은 KF 94 마스크 말고, 3M에서 나오는 방독면처럼 나오는 그런 마스크도 같이 구입하기를 추천한다. 천장에다 뿌리는데 약품이 그대로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나는 실험실용 안경도 쓰고, 장갑도 꼈는데 이것도 필수다. 아무튼 온 몸을 다 보호하고 근처에 있는 물품들도 다 치우고 사용하셔야 합니다. 마음이 급해서 대충 침대 커버만 벗기고, 집에 있던 마스크와 실험용 안경과 장갑을 꼈는데 침실에 있던 옷장도 어떻게든 밀봉하고, 매트리스도 다 밖으로 빼놓은 다음 작업할 걸 후회 많이 했다. 곰팡이 제거제 냄새가 빠지지 않아서, 일주일 정도 하루종일 창문을 열어두고 잠도 거실에서 접이식 매트리스 깔고 잤다.

아침에 어두운 상태에서 급하게 창문 찍느라 아래가 어두운 것 처럼 나왔는데 실제는 저렇지 않다.
곰팡이 제거제 효과는 좋았다. 창문 아래 쪽은 깨끗하게 없어졌고, 천장 쪽도 많이 사라졌다. 다만 워낙 집 천장이 높아서 사다리 없이는 한계가 있어서 깨끗하게 제거를 하지 못했다. 나는 테이블 위에 의자 놓고 그 위에 올라갔음에도 불가능 했다. 제거제를 뿌려주고 한 20 - 30 분 뒤에 천에 물 묻혀서 한 번 닦아주면 좋은데 나는 손이 안닿아서 그러질 못했다. 다음에는 사다리를 빌려서 제거해야겠다.

아직도 거뭇거뭇 남아있는 걸 볼 수 있다. ㅠㅠㅠㅠ

내가 산 제거제는 바로 이 제품이다. 아마존에서 약 14유로에 구입했다. 정말 독하기 때문에 꼭 장갑 끼고, 마스크하고, 보호 안경도 착용하고, 모자도 꼭 착용해서 머리카락을 보호해주면 좋다.
의외로 건조하다고는 하나 겨울에 곰팡이가 잘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환기 시켜주고 하이쭝도 적절하게 켜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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